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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직무교육 2개월 만에 2명 퇴사"… CJ대한통운 '술렁'

2024-03-29 16:00:33 출처:슬롯 먹튀사이트작성자:핫스팟 클릭하다:216次

[단독]

"겉은 직무능력 향상 교육, 속은 퇴사유발 고문 교육"
PIP, 현대차·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위주 도입
CJ대한통운, 2023년부터 비노조원·고연차 등 교육
CJ대한통운이 지난해부터 비노조원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도입한 직무 능력 향상 교육이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1
CJ대한통운에서 일명 '퇴사유발 교육'으로 노동자들의 반발을 산 '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 저성과자 역량 향상 교육)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PIP는 악명 높은 퇴사 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 CJ대한통운노조 외 별도 노동조합을 조직해 대응하고 있다.

해당 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연차·고령에 해당하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사이의 비노조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권유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PIP 교육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매일 책 통째로 외우기·리포트 제출


15일 머니S 취재를 종합하면 PIP는 겉으로는 '직무 능력 향상'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퇴사유발 교육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2013년 무렵 주로 대기업들이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PIP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대교의 경우 매일 실시되는 교육 외에 자사가 발행하는 학습지 수백권과 교사용 풀이서를 목차부터 끝까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외워서 시험을 보게 하고 별도로 주 1회 경영학 관련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게 했다.

현대자동차는 연수원에서 합숙하며 매일 오전에는 시험을 치고 오후에는 책 한권 분량의 강의를 받게 했다. 저녁에는 파워포인트로 과제를 작성하고 밤부터 새벽까지는 다음날 아침에 있을 시험공부를 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교육을 나누어 EBS '동물의 왕국'이나 '지식채널e' 등의 동영상을 보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전직 프로그램, 이력서 작성법 등의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으로 PIP 교육을 진행해 '직무와 상관없는 퇴출 교육'이라며 지탄받았다.

SK플래닛은 희망퇴직 거부자와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4년간 PIP 교육을 하다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근로감독을 추진하자 교육을 중단한 바 있다.

PIP 교육은 한 번 대상자로 선정되면 회사가 정해 놓은 합격 점수를 통과하거나 스스로 퇴사할 때까지 반복된다. 일부 기업은 합격자에게도 업무를 주지 않거나 관련 없는 허드렛일을 시켜 교육생들이 일터에 복귀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기도 했다.

인사평가에서 저성과 등급→퇴사 혹은 비정규직 전환 권유→불응 시 PIP 대상자로 선정 및 즉시 임금 삭감 →PIP 교육과 시험교육→불합격 시 인사고과 반영 및 퇴사 권유→불응 시 PIP 재교육자로 선정 및 추가 임금 삭감의 악순환을 수개월에 걸쳐 지속해서 겪게 되는 것이다.

CJ대한통운 노조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교육생은 모멸감과 함께 퇴사 압박에 시달리고 몇 번에 걸쳐 교육을 받다 보면 임금이 반토막 나게 된다. 임금 삭감 비율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30% 정도로 꽤 높다"고 말했다.

PIP 교육을 진행하면 교육생 대부분은 무더기 퇴사를 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비정규직 전환에 사인한다는 것이다.



1차 교육 6명 중 5명 퇴사


CJ대한통운의 직무 능력 향상 교육은 고령자, 고연차 저성과자가 주 대상자다. 사진은 한 물류센터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1
취재 결과 CJ대한통운은 지난해 8월부터 업무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PIP 교육을 도입했다.

CJ대한통운의 PIP 교육은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형태다. 낮에는 많은 분량의 교육을 진행하고 업무 시간 이내에 리포트를 제출한다. 저녁에는 또다시 많은 양의 시험 범위 학습지를 배부한 뒤 다음날 아침에 시험을 실시한다.

PIP 교육 대상자였다가 퇴사한 A씨는 "퇴근 전까지 그날 받은 교육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데 작성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 대부분 쉬는 시간을 쪼개서 리포트를 쓰다 보니 하루가 무척 고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녁에는 다음날 아침에 볼 시험 범위를 내주는데 하룻저녁에 모두 암기할 수 없는 분량이라 매일 새벽 4시 이전에 잠들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PIP 교육 퇴사자 B씨는 "회사에서는 매일 시험에서 70점 이상을 맞아야 통과라고 하는데 문제 수준이 합격자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험이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나뉘는데 주관식의 경우 토씨까지 완벽하게 외우지 않는 이상 50점도 넘기기 어렵다. 이건 사실상 불합격을 위한 시험"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1차 PIP 교육에서 교육생 6명 중 5명이 중도 퇴사했다. 올해 실시되는 교육 대상자는 14명으로 1~6월 6개월간 진행된다. 현재 2개월 만에 교육생 2명이 퇴사했다.

A씨는 "저성과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직무 능력 교육이라면서 왜 50대만 대상인지 의문"이라면서 "정말 20~30대 직원 중에서 저성과 직원이 단 한명도 없었는지 인사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B씨는 "교육장에 들어가면 휴대폰을 일절 사용할 수 없고 교육 내용이나 과정을 외부에 발설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경고를 했다"며 "이게 떳떳한 교육이라면 그런 경고가 필요 없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회사 측 "업무에 도움 되는 교육 구성"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회사에서 지난해부터 PIP 교육을 도입한 것은 맞지만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건 오해다"며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회사에서 공유한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회사와 업무에 대한 이해 ▲물류관리 ▲W&D(Warehousing & Distribution 창고 보관과 유통)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등 물류 업무와 트렌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강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아침마다 치르는 시험의 난도는 중~상 정도로 교육에 집중하거나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매일 치르기에 분량이 제법 있는 편이었고 주관식의 비율도 높았다.

회사의 주장대로 교육 대상자가 저성과자라면 교육 과정을 따라가기에 벅찰 가능성이 짙었다. 교육 대상자는 표면적으로는 인사 평가에서 저성과자로 분류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40대 후반~50대의 고령자 ▲비노조원 ▲과장급 이상의 고연차 직원 ▲고속 승진 후 좌천된 직원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노조원들은 연봉 삭감 대상에서 제외되고 PIP 교육도 받지 않지만 현재 CJ대한통운노조는 대리급 이하의 직원만 가입이 가능하고 과장급 이상으로 승진하게 되면 자동 탈퇴된다. CJ대한통운 직원 수는 2023년 상반기 기준 6965명이며 노조원 수는 34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절반 정도의 직원이 저성과에 의한 임금 삭감과 PIP 교육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류순건 노무법인 이인 노무사는 "CJ대한통운은 오래전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저성과자에 대한 임금 삭감이나 PIP 교육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 LG전자, SK플래닛 등 다수의 기업 직원들이 PIP 교육의 부당함에 대해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법원은 대부분의 사례를 적법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작성자: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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